或復父孤1)母寡2)하여 獨守空堂하시면 猶若3)客人이 寄住他舍하여 床席塵土를 拂4)拭5)無時니라 參問起居도 從斯斷絶하고 寒溫飢渴도 曾不聞知하니 晝夜常常히 自嗟自歎하시니라 |
혹은 또 아버지가 홀아비가 되거나 어머니가 과부가 되어 홀로 빈 방을 지키게 되면 마치 객이 남의 집에 붙어 있는 것처럼 여겨, 침대나 자리의 먼지를 털고 닦을 때가 없다. 아침 저녁으로 문안을 드리고자 찾아가거나 기거를 살피는 일도 이로부터 끊어지고, 추우신지 더우신지, 배고프신지 목마른지를 도무지 물어 알지 못하니, 부모는 낮이나 밤이나 항상 혼자서 슬퍼하고 혼자서 탄식하시느니라. |
1) 孤 : 본래는 어려서 아버지가 죽어 없는(幼而無父) 아이를 가리키는 말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사기』의 “久孤於世”에서의 “孤”자와 같이 ‘배우자가 없음’을 의미하는 글자로 쓰였다. 2) 寡 : 홀어미 과, 홀어미될 과. “五十無夫曰寡(오십에 남편이 없는 것을 寡라 한다.(『大戴禮』)“고 한 것을 보면, 寡는 늙은 과부를 일컫 는 말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3) 猶若 : 마치 ∼과(와) 같다. ‘같을 유(猶)’. 4) 拂 : 떨다. 먼지 따위를 떨다. 닦다. 씻다. 음은 ‘불’. 5) 拭 : 닦다. 딱아서 깨끗하게 하다. 음은 ‘식’. |
조선시대 철종(哲宗) 때 예천(醴泉)지방에 도시복(都始復)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도씨는 집이 매우 가난하였지만 효성이 매우 지극하였다. 어머님을 봉양할 때엔 숯을 구워 팔아 고기를 사서 어머니의 반찬에는 하루도 고기가 빠지는 일이 없었다. 하루은 장에 갔다가 늦어지는 바람에 바삐 돌아오는데 느닷없이 솔개 한 마리가 고기를 움켜지고 날아가버리는 것이었다. 이에 도씨가 엉엉 울며 집에 돌아와 보니 솔개가 벌써 고기를 집안 뜰에 던져 놓았다고 한다. 도씨의 효성에 짐승도 감복을 하고 도와준 것이다. |
應賚1)饌物하여 供養尊親이어늘 每詐羞慚하며 異人恠2)笑니라 或持時食3)이어든 供給妻兒한대 醜4)拙5)疲勞라도 無避羞恥니라 妻妾約束은 每事依從이어도 尊者嗔喝6)은 全無畏懼니라 |
음식이 있으면 마땅히 올려 부모님을 공양해야 하거늘, 항상 속이고 부끄러운 듯이 하며 남이 비웃는다고 생각한다. 혹 때에 맞는 음식이 있게 되면 처자식에게 가져다 주는데, 추하고 치졸하고 피곤하고 수고로운 일이라도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을 전혀 피하지 않는다. 처첩과의 약속은 무슨 일이든 따르면서도 어버이가 성내어 꾸짓어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
1) 賚 : 주다. 하사하다. 드리다. 올리다. 음은 ‘뢰’. 2) 愧 : 부끄러워하다. 창피를 주다. 모욕하다. 책망하다. 음은 ‘괴’. 3) 時食 : 제 철에 나는 음식. 3) 醜 : 추하다. 미워하다. 나쁘다. 음은 ‘추’. 4) 拙 : 졸하다. 쓸모가 없다. 음은 ‘졸’. 5) 喝 : 꾸짖다. 큰 소리로 나무라다. 음은 ‘갈’. |
자식으로서 부모님께 효도하는 자는 항상 맛있는 음식을 얻게 되면 돌아가 부모님께 드리고, 철따라 새로이 산출되는 음식이 있으면 자신이 맛보기 전에 맨 먼저 어버이에게 올리는 것을 효를 행하는 것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이 몸을 키우시면서 쓴 것은 삼키시고 단 것은 벹어 먹여주신 은혜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 일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신라 흥덕왕(興德王) 때의 이야기다. 손순(孫順)은 아버지가 죽자 집이 가난하여 그의 아내와 함께 남의 집에 품을 팔아 얻은 양곡으로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그런데 손 순에게는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이 아이가 항상 어머니의 음식을 빼앗아 먹는지라 어머니는 늙고 쇠약해진 몸에 허기까지 겹쳐 차마 그냥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어느날 손순은 아내에게 “아이가 어머니께서 잡수시는 음식조차 빼앗아 먹으니 이대로 두면 어머니는 몇일이 못가 쇠약해진 몸에 굶주림으로 돌아가실 지경이요. 아이는 또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구할 수 없소이다.”라며 아이를 땅에 묻자고 했다. 마침내 아이를 업고 귀취산(歸醉山) 북쪽 교외로 가서 아이를 묻으려고 땅을 팠는데, 갑자기 매우 이상한 돌 종(石鍾)이 나왔다. 손순 부부는 이 돌 종을 놀랍고 괴이하게 여겨 시험삼아 두드려 보니 소리가 멀리 퍼져 나가는 것이 매우 사랑스러웠다. 이 때 손순의 아내가 말하기를, “이 기이한 물건을 얻은 것은 아마도 아이의 복일 듯하니 땅에 묻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고 하자, 손순도 그렇게 생각해서 아이와 종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대들보에 매달고 날마다 종을 쳤다. 종 소리는 임금이 있는 대궐까지 울려 퍼졌고, 종 소리를 들은 왕은 그 소리가 맑으면서도 멀리 퍼져 나가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 종소리에 대한 내력을 조사하게 했다. 후에 종소리에 얽힌 내력을 들어서 알게된 왕은 말하기를, “옛 적에 곽거(郭巨)가 아들을 묻으려 할 땐 하늘이 금으로 만든 솥을 주시더니 이제 손순이 아들을 묻으려 하자 땅에서 석종이 나왔으니 앞과 뒤가 서로 꼭 맞는다.” 하고, 집 한 채를 주고 해마다 쌀 50석을 주어 부모님을 봉양하게 했다. 그러자 손순은 옛 집을 희사하여 절로 삼아 홍효사(弘孝寺)라 하고 돌종도 거기에 달아두었는데, 뒤에 백제의 도둑이 와서 종을 훔쳐갔다. 종을 얻은 땅을 완호평(完乎坪)이라고 했으나 나중에 잘못 전달되어 지양평(枝良坪)으로 변했다. |
或復是女면 通1)配他人이나 未嫁之時엔 咸皆孝順이라가 婚嫁已訖2)하면 不孝遂增이니라 父母微嗔에도 卽生怨恨이나 夫婿打罵엔 忍受甘心이니라 異姓他宗엔 情深眷3)重이나 自家骨肉엔 却4)已爲疎니라 |
혹 또 딸일 경우에는 으레 남의 배필이 되기 마련이지만 아직 시집을 가기 전에는 대개 모두 효성스럽고 양순하다가도, 결혼하여 출가하고 나면 불효가 마침내 늘어나게 된다. 부모님이 조금만 성을 내어도 곧바로 원망하고 한탄하면서도, 지아비는 때리거나 욕을 하여도 참을성 있게 받아들이며 달게 여긴다. 성姓이 다른 남의 종족에게는 정이 깊은 권속眷屬으로서 소중히 대하면서도 자기집 골육에게는 도리어 소원하게 되어 버린다. |
1) 通 : 두루 미치다. 꿰뚫다. 통하다. 본문에서는 ‘공통적으로’, ‘일반적으로’라는 의미로 보아 ‘으례’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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或隨夫婿1)하여 外郡他鄕하여 離別爺孃하면 無心戀慕면 斷絶消息하고 音信不通하여 令使2)爺孃으로 懸腸3)掛肚4)하여 常已倒懸케하며 每思見面하여 如渴思漿5)히 無有休息케하나니라 |
혹 남편을 따라 다른 고을이나 타향으로 가게 되어 부모님과 이별하게 되면, 사모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소식이 끊어지고, 편지 왕래마저 하지 않게 되어, 부모님으로 하여금 오장육부가 뒤집혀 항상 거꾸로 매달린 것과 같게 하며, 늘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마치 목마를 때 물을 생각하듯이 잠시도 쉴 때가 없게 만든다. |
1) 婿 : 서(壻)와 같은 자. 사위. 남편. 음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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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한시 두 편은 조선시대 신사임당의 시로서 출가 후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泣別慈母
慈母鶴髮在臨瀛인데 : 백발의 어머님은 임영땅에 계신데 身行長安獨去情이라 : 내 몸 서울로 향해 홀로 떠나는 심정 回首北村時一望하니 : 머리를 돌려 북촌을 때때로 바라보니 白雲飛下暮山靑이라 : 흰 구름 나는 아래 저무는 산만 푸르네
思親
千里家山萬疊峯하니 : 산 첩첩 내고향 천리언마는 歸心長在夢魂中이라 : 자나깨나 꿈속에도 돌아 가고파 寒松亭畔雙輪月이요 : 한송정 가에는 두 개의 둥근 달 鏡浦臺前一陣風이라 : 경포대 앞에는 한 줄기 바람 沙上白鷺恒聚散이요 : 백로는 모래위에 모였다 흩어지고 波頭漁艇各西東이라 : 고깃배들 바다 위로 오고 가리니 何時重踏臨瀛路하여 : 언제나 강릉 길 다시 밟아가 綵服斑衣膝下縫고 : 색동옷 입고 앉아서 바느질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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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母恩德은 無量無邊이어늘 不孝之愆1)은 卒陳難報니라" |
무모님의 은덕 한량없고 가이 없거늘, 불효의 허물 끝까지 다 늘어놓아도 부모님의 은혜는 갚기 어려운 것이니라." |
1) 愆 : 허물. 죄. 과실. 음은 ‘건’. |
爾時大衆이 聞佛所說父母恩德하고 擧身投地1)하며 渾推2)自撲3)하니 身毛孔中이 悉皆流血하고 悶絶4)辟地5)러라 良久乃蘇에 高聲唱言한대 “苦哉, 苦哉라 痛哉, 痛哉라 我等今者에야 深是罪人이니이다 從來未覺하여 冥若夜游러니 今悟知非하니 心膽俱碎6)니이다 惟願世尊하 哀愍救拔하소서 云何報得父母深恩이니잇가” |
이 때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부모님의 은덕을 듣고서 몸을 들어 땅에 엎드려 절을 하였으며, 있는 힘을 다하여 스스로를 치니 온 몸의 털구멍마다 피가 흘러 나왔고,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한참 후에 정신이 들자 높은 소리로 부르짖었다. "괴롭고, 괴롭습니다. 아프고 또한 아프옵니다. 저희들은 이제야 깊은 죄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종래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여 마치 캄캄한 밤에 길을 걷는 것만 같았는데, 이제 잘못을 알고 깨닫고 보니 염통과 쓸개가 모두 부서지는 것 같습니다. 오직 바라옵건데, 세존이시여! 불쌍히 여기시어 구제하여 주시옵소서. 어찌 하여야 부모님의 깊은 은혜를 갚을 수 있으오리까?" |
1) 擧身投地 : 오체투지(五體投地). 불교에서, 절하는 법의 하나. 먼저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한다. 2) 渾推 : 있는 힘을 다해. 혼신의 힘을 다 내어 밀다. 3) 自撲 : 스스로를 치다. 자연스런 어순이 되려면 ‘타동사+목적어’의 순에 따라 撲自라고 써야될 듯 하지만 ‘自’가 타동사 의 목적어로 쓰일 때에는 항상 어순이 바뀌어 ‘목적어+타동사’의 어순이 된다. 4) 悶絶 : 너무 기가 막혀 정신을 잃고 까무러침. 5) 辟地 : 당에 쓰러지다 6) 碎 : 부수다. 깨뜨리다. 음은 ‘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