離家別貫1)하여 或困經紀2)하고 或爲征行3)하여 荏苒4)因循5)하다가 便爲婚娶면 由斯留礙하여 久不還家니라 或在他鄕하여 不能謹愼하면 被6)人謀點7)하여 橫事8)鉤牽하여 枉被9)刑責하여 牢獄枷10鎖11)니라 或遭病患하고 厄難縈12)纏13)하며 困苦飢羸14)이라도 無人看待하고 被人嫌賤하여 委棄15)街衢니라 因此命終이라도 無人救療하고 膨脹爛壞하며 日曝風吹하여 白骨飄零이니라 寄他鄕土하면 便與親族歡會는 長乖니라 |
집을 떠나고 고향을 이별하여 혹은 거간꾼이 되거나, 혹은 전쟁터에 나가서 낡은 구습에 빠져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다가 문득 결혼이라도 하게되면 이를 말미암아 머물게 되는 장애로 삼아 오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게 되느니라. 혹 타향에 있으면서 능히 행동거지를 삼가지 못하면 남의 모함을 당해 뜻하지 않은 일로 쇠고랑에 메어 잡혀가서 억울하게 형벌을 받아 감옥에 갇혀 칼이나 족쇄를 차게 되느니라. 혹은 질병이나 우환을 만나게 되고, 액난에 얽혀들어 곤하고 괴롭고 굶주리고 파리하게 여위어도 보살펴주거나 시중드는 사람이 없고 남의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거리에 버려진 신세가 되느니라. 이로인해 결국 죽게 되더라도 한 사람도 구해주거나 치료해주는 사람이 없고, (시체는) 퉁퉁 부어올랐다가 썩어 문드러지고, 햇볕에 쪼이고 바람에 불리어 백골만 뒹굴게 되느니라. (이렇게 죽어) 타향 땅에 몸을 맡기게 되면 친족과 더불어 즐겁게 만나기는 영원히 어긋나게 되느니라. |
1) 貫 : 관향(貫鄕), 시조(始祖)가 난 곳. 따라서 별관(別貫)은 타관, 즉 타향을 의미한다. 2) 經紀 : 거간꾼. 사고파는 사람 사이에 들어 흥정을 붙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3) 征行 : 정벌하러감. 4) 荏苒(임염) : 차츰차츰 세월이 지나거나 일이 되어 감. 5) 因循(인순) : 낡은 인습을 버리지 아니하고 지킴. 6) 被 : 입다. 당하다. 음은 ‘피’ 7) 謀點(모점) : 모함. 8) 橫事(횡사) : 뜻밖의 일. 橫은 주로 뜻밖의 일 등에 쓰인다. ex) 횡사(橫死), 횡액(橫厄), 횡재(橫災), 횡재(橫財) 등. 9) 枉被(왕피) : 억울하게 ∼을 당하다. ‘굽을 왕(枉)’. 10) 枷 : 칼, 형틀의 한가지. 음은 ‘가’. 11) 鎖 : 쇠사슬, 자물쇠. 음은 ‘쇄’. 12) 縈 : 얽히다. 음은 ‘영’. 13) 纏 : 얽히다. 묶다. 음은 ‘전’. 14) 羸 : 여위다. 약하다. 병들게 하다. 앓다. 파리다하. 음은 ‘리’. 15) 委棄(위기) : 버리다. 내버리다. 내버려 두다. |
불효를 저지르고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 타향에 가게 되면, 언제나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더구나 과거에는 지금과 같이 다양한 직종이 있지 못하였고, 또한 아무리 훌륭한 재능을 보유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다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으므로 아무런 연고도 없이 타향을 떠돌게 되면, 위에서 열거한 일 이 외에는 마음 편히 생업에 종사할 수도 없고, 이렇다할 직업을 갖기도 어렵다. 이런 식으로 그럭 저럭 세월을 보내며 떠돌이 나그네 신세가 되면, 결국 나중에 병들고 죽게 되어도 누구하나 보살펴 주는 사람이 없게 될 것이며, 사랑하는 가족과는 영원히 슬픈 이별을 하게 될 것임을 경계하신 말씀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에 보면 가출 청소년들이 참으로 많다. 가출한 당사자의 입장에서보면 모두들 그럴싸한 핑계가 있겠지만 대체로 한 때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집을 뛰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과거에는 청소년들이 가출을 한다손 치더라도 마땅히 머물 곳이 없었기 때문에 하루 이틀 정도 밖에서 머물다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새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아무리 어린 청소년이든,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일단 가출만 하면 갈 곳이 너무도 많다. 먹여주는 곳, 재워주는 곳, 돈 주는 곳. 일부 악덕 상인들은 이들의 임금이 싸다는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데려다 일을 시키곤 한다. 그러다 보니 한 번 가출 하게 되면 옛날보다 더 집에 돌아가기 어려워지고, 가출 기간도 오래가게 된다. 하지만 가출 청소년들이 갈 곳이라고 해야 고작 저 임금에 고 위험도 노동이거나 아니면 윤락, 강금, 착취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잘 되면 짜장면 배달, 주유소 주유원 정도이니, 예나 지금이나 가출해서 인간대접 못받는 것은 것 모습 다를 뿐 슬픈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
父母心隨하니 永懷憂念이라가 或因啼1)血하여 眼闇目盲하고 或爲悲哀하여 氣咽2)成病하며 或緣3)憶子하여 衰變死亡하여 作鬼抱魂4)이라도 不曾割捨5)하나니라 |
(이렇게 되고 나면) 부모님의 마음은 언제나 자식을 따르니, 길이 근심하고 염려하다가 혹은 피눈물을 흘리며 우시다가 눈이 어두워져 눈이 멀게 되기도 하고, 혹은 슬퍼하고 애통해 하시다가 기가 막혀 병이 드시기도 하며, 혹은 자식을 생각하는 나머지 쇠약한 몸에 변고를 만나 죽게 되어 넋을 품은 원귀가 되어서도 끝내 자식을 잊어버리지 못하느니라. |
1) 啼 : 울다. 음은 ‘제’. 2) 咽 : 목메다. 목이 메이다. 음은 ‘인’. 3) 緣 : 가선, 가장자리. 음은 ‘연’. 4) 作鬼抱魂 : 作鬼는 ‘원귀가 되다’, 抱魂은 ‘넋을 품다’. 따라서 이 문장은 영어의 문법으로 친다면 作鬼와 抱魂 사이에 ‘Which is’나 ‘that’ 등이 생략된 문장 형태로, 抱魂이 鬼를 꾸며주는 역할을 한다. 5) 割捨 : 할(割)은 ‘베다’, 사(捨)는 ‘버리다’. 따라서 할사(割捨)는 ‘베어 버리다’의 뜻으로 여기서는 자식에 대한 생각을 ‘ 더 이상 하지 않다’, ‘떼어 버리다’의 의미로 해석했다. |
부모님은 자식이 좋은 일로 먼 길을 떠나게 되더라도 마음은 언제나 자식을 향하시고, 걱정하신다. 행여 자식이 길거리에서 변고를 당하지는 않을까? 끼니는 제 때 차려 먹는지? 춥지나 않을까? 모든 것이 걱정이시다. |
或復聞하니 子ㅣ不崇孝義하고 朋1)逐異端2)하여 無賴麤3)頑4)하며 好習無益하고 鬪打竊盜하여 觸犯鄕閭하며 飮酒樗蒲5)하고 奸非過失하여 帶累兄弟하고 惱亂爺孃하나니라 |
혹은 또 듣자하니, 자식이 효와 의리를 숭상하지 않고, 이단을 벗삼고 따라 무뢰하고 거칠며 완고하고, 무익한 것을 익히기를 좋아하고 싸우고 때리고 도둑질이나 하여 마을이나 고을에서 범죄나 저지르며, 술이나 마시고 노름이나 하고, 못된 간음이나 과실을 범하여 그 누(累)가 형제에게 미치고 부모의 마음을 괴롭고 어지럽게 하느니라. |
1) 朋 : 원래는 ‘벗’, ‘친구’라는 명사이지만 한자에서는 하나의 낱말이 꼭 하나의 문장 성분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는 ‘異端’을 목적어로, ‘벗삼다’라는 의미의 동사로 쓰였다. ex) 友其正人 我亦自正 : 그 올바른 사람을 벗 삼으면 나 역시 올바라 지느니라. 이 문장에서도 友는 원래 명사이나 여기에서는 ‘벗삼다’는 타동사로 쓰였다. 목적어는 正人. 2) 異端 : ①자기가 믿는 이외의 도(道). ②전통이나 권위에 반항하는 주장이나 이론. 자기가 믿는 종교의 교리에 어긋나는 이론이나 행동. 또는 그런 종교. 불교(佛敎)에는 이단이란 말이 없고 外道라는 말을 쓴다. 3) 麤 : 거칠다. 성질이 과격하다. 음은 ‘추’. 4) 頑 : 완악하다 완고하다. 융통서이 없다. 음은 ‘완’. 5) 樗蒲 : 쌍륙. 노름. 도박. 옛날에 저(樗), 포(蒲)의 열매로 주사위를 만들었으므로 이름. |
이단(異端)이란 말은 불교보다는 유교에서 쓰던 말로, 공자는 “이단을 공부하면 해로울 뿐이다(攻乎異端斯害也已.『논어‧위정』)”라고 했는데, 이단이란 글자 그대로 다른 한 쪽 끝을 의미하는 말로 주로 자기가 믿는 이외의 도를 의미하던 것이었는데, 시대가 거듭되고 서구의 종교와 접촉되면서 어떤 종교집단의 내부에서 정통(正統)교리에서 크게 벗어나는 주장에 대하여 정통자측에서 부르는 배타적 호칭으로 사용되었으며, 이 뜻이 확대되어 세속의 조직에서도 정통적 신조에 대해 이설(異說)을 내세워 파당을 짓는 자를 가리켜 이단이라고 부르며, 한 동아리가 아니라고 보는 것을 ‘이단시(異端視)한다’고 말하게 되었다. 이 말은 한 종교집단의 내부에서 옳고 그름의 대립이 있을 때 정통파에서 쓰는 말로, 다른 종교나 종파를 가리키는 ‘이교(異敎)’와는 의미가 다르다. 그러나 선교자의 경우, 자기의 종지(宗旨)를 옳다고 하고 다른 종교나 분파를 이단사종(異端邪宗)이라고 하는 수도 있으나 이것은 예외적인 용법이다. 선진시대(先秦時代) 유교사상에서의 대표적인 이단으로 지목된 것은 묵자(墨子)와 양주(楊朱)였는데, 맹자는 이들의 겸애설(兼愛說)과 위아설(爲我說)을 주장한다고 하여 이들을 이단으로 지목하고 “양주와 묵적의 도가 사라지지 않으면 공자의 도가 드러나지 않는다”(『맹자‧등문공하』)고 하여 이들을 철저히 배격하였다. 당나라 이후 유학에서 최고의 이단으로 지목하고 배척한 것은 불교(佛敎)였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조선 건국후 유교가 정치이념으로 자리잡으면서 조선사회의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학에서는 사람이 사람이 될 수 있는 근거는 오륜(五倫:父子有親‧君臣有義‧夫婦有別‧長幼有序‧朋友有信)이 있기 때문이며, 오륜을 행하지 않으면 짐승과 구별될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본문에서도 사람으로서 오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孝와 義를 숭상하지 않고 이단을 좇게 되면 그 폐단이 자기 일신에만 미칠 뿐 아니라 부모와 형제에게까지 미치게 됨을 말씀하셨다. |
晨去暮還이라도 尊親憂念이어시늘 不知父母動止1)寒溫하고 晦朔朝脯2)에도 永乖3)扶侍하며 父母年邁4)하여 形貌衰羸하면 羞恥見人하여 嗔呵5)欺抑이니라 |
새벽에 나가 저녁에 돌아와도 부모님은 근심하고 염려하시거늘, 부모님의 일상 생활이 추우신지 더운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믐이나 초하루는 물론 아침 저녁에도 부모님을 부축하거나 시중드는 일을 영 하지 않으며, 부모님께서 연세가 많아 모습과 얼굴이 쇠약하고 여위게 되면 남에게 보이기가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하여 성내고 꾸짖으며 속임수로 억누르려 한다. |
1) 動止 : 행동거지. 본문에서는 ‘일상 생활’로 해석하였음. 2) 晦朔朝晡 : 晦朔은 그믐과 초하루, 朝晡는 아침과 저녁. 포(晡)는 본디 신시(申時:오후 3시∼5시)를 의미하는 말로 여기서는 저녁 무렵, 해질 무렵을 가리킨다. 3) 乖 : 어그러지다. 어기다. 떨어지다. 배반하다. 음은 ‘괴’. 본문에서는 ‘하지 않다’로 해석했다. 4) 邁 : 늙다. 연로하다. 노쇠하다. 음은 ‘매’. 5) 嗔呵 : 성내고 꾸짖다. ‘성낼 진(嗔)’, ‘구짖을 가(呵)’ |
몇해 전 다음과 같은 광고 카피가 있었다. “여보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보일러 놔 드려야 겠어요”. 광고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추운 겨울 바람은 쌩쌩 부는데 시골에 살고 있는 노친네 부부가 찬물에 손을 담고 일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여튼 몹시 추운 광경이 비추다가, 장면이 바뀌면서 도회지의 자식들이 위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이 광고가 훌륭한 광고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집 쥔은 이 광고의 카피가 그리 훌륭한 것 같지 않다. 집 쥔의 생각엔 광고의 카피가 오히려 “여보 늦었지만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보일러 쌈박한 걸루 하나 놔 드렸어요.”라고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함에 있어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해 드렸다”라는 실천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부모님은 자식이 단 몇일만 객지에 나가더라도 날씨가 추우면 혹 얼지나 않을까? 날씨가 더우면 혹 더위먹지 않을까? 굶지나 않을까? 남에게 멸시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시는데, 부모님의 자식사랑만큼 부모님을 섬기는 자식이 많지 않다. 양로원이나 각종 보호시설에 거처하는 노인 인구 중에 무연고 노인 보다는 자식이 있는 노인, 자식에게 버려진 노인이 더 많다고 한다. 자기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가르쳐 주셨고, 그렇게 일생을 보내시다 늙고 병들고 쇠약해 지셨는데, 자식은 부모님의 이러한 모습에 짜증내고 남보기 부끄럽다고 부모님을 내다 버리는 것이다. 짐승보다도 못한 짓이다. 그런데 참으로 기막힌 사실은 자식에게 버림받았으면서도 부모님은 혹 이 사실이 알려지면 자식에게 누가 될까 두려워 끝끝내 자식을 감싸고 보호해 주신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부모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조금이라도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한다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