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탐구와 성취

咸 賢 贊

앎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알것인가?
진리탐구의 두 가지 입장.
앎의 성취와 진리의 인식.

 

앎이란 무엇인가?

   인식론은 철학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이다. 인식론이 주로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으로는 대체로 앎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지식은 어떠한 제한을 갖는가? 앎의 근원은 무엇인가? 즉 무엇으로부터 아는가? 지식을 얻는 방법과 과정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철학자들 역시 고래로부터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인식의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 즉 인간의 인식 과정 및 인식의 본질 구조, 합법칙성에 대한 철학적 세계관적 견해를 포함한 철학의 한 구성 부분으로 인식론을 전개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인식론의 특징은 서구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유방식이 주도하는 입장에 있으며, 이러한 과학적, 합리적 인식론의 성격은 몰가치적임을 그 특성으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론적 경향은 대상을 냉철하게 객관화하여 관찰 탐구하고 그 결과로서 특히 자연과학적 탐구의 놀라운 발달을 이룰 수 있지만, 학문에 있어서는 지식일변도의 현상을 낳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공자 이래로 동양사상의 주류를 이루어 온 유학사상은 그 중심문제가 항상 인간과 현실문제에 있었는데, 그 근본정신에 있어서 유학의 현실성은 현실상황 속에서 그 시대적 문제의 해결을 통한 이상의 실현을 의미하는 것이지 지식일변도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실천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즉 공자는 "제자는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경하며 삼가고 미덥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사람과 친해야 한다. 행하고서 남은 힘이 있으면 글을 배운다."고 하였는데, 이는 유학적 학문의 성격에 실천적 행동이 문자적 지식에 선행함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학의 이러한 학문적 성격은 지행합일 혹은 지덕합일을 말하되 서양적 전통과는 달리 지知보다는 덕德을 크게 강조하였으며, 학문을 함에 있어서도 단순한 이해를 위주로 하는 지식의 추구가 아니라, 철저하게 체득體得하기를 강조했다. 따라서 유학사상에 있어서의 학문은 단순히 '체계화된 지식'에 그치지 않는다. 유학은 내성외왕의 학문으로서 자기를 완성하고 타인을 완성시켜 모두로 하여금 그 타고난 생명을 순조롭게 창달하고자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러므로 유학에 있어서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에 대한 지식의 탐구를 주장했을 뿐 아니라, 천도天道와 인도人道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 및 인간 및 우주의 본질에 대해서도 알 것을 매우 중시하였다. 천도天道와 인도人道를 관통해서 존재하는 이치를 탐구하여 궁극적으로 천인합일天人合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유학에 있어서의 이같은 인식론적 성격에 관한 학문은 송대宋代 성리학을 거치면서 좀 더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철학 문제로 탐구되었는데, 격물치지格物致知에 관한 이론이 이에 해당되는 것이다.
   격물치지란 용어는 본래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고 인간의 본성을 다 알아 궁극적으로는 우주 만물의 근본 원리 내지는 실체를 밝혀 낸다는 뜻으로『대학』의 본문에 보인다. 이미 앞에서도 언급했거니와 유학은 내성외왕의 학문으로서 자기 완성 및 타인의 완성을 이루고, 천도와 인도를 관통해서 존재하는 이치를 탐구하여 천인합일을 이루는 것이 그 목적이다. 따라서 이것을 이루기 위한 기본 전제로 제시된『대학』의 삼강령三綱領 팔조목八條目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철학적 문제가 바로 격물치지론이다. 따라서 유학에서는 격물치지의 방법을 가지고 사물에 대한 관찰을 통하여 그 사물에 본래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존재원리를 확인하여 그 외부사물의 존재원리를 미루어 자기의 존재원리를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자기 및 타인의 완성은 물론, 자기와 타인의 본질적인 동일성을 발견할 수 있으며, 나아가 천인합일의 목적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떻게 알것인가?

   그렇다면 만물의 생성 변화하는 모습에서 어떻게 변화하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고, 그것을 미루어 인간의 본질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인가? 우주 만물의 본질은 알 수 있는 것인가?
   유학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식론을 전개하면서 진리 인식에 있어서 그 타당성을 객관적 실재에 두고 감각기관에 의해 경험적 인식을 통한 진리 인식이라는 체계와 인간의 내면적 덕성의 확충을 통한 진리의 체득이라는 인식의 두 가지 범주를 제시하고, 그것을 통한 객관세계 및 우주 본질에 대한 진리의 체득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시대戰國時代 맹자는 인식의 기원을 선험적 합리주의에 치중하여 사람 마음이 누구나 같게 되는 까닭을 이理와 의義라고 하였다. 즉 만인 공통의 진리 인식의 기준을 이와 의라하여 합리론적 입장을 취하였던 것이다. 반면 순자는 인식의 기원을 감각기관을 통한 경험에서 출발하였는데, 그는 외부의 감각적 대상을 중시하고 인식 주체가 가지고 있는 감각기관이 외부 사물을 접할 때 생겨나는 반응을 인간의 공통된 성질로 여겨 그의 예론을 성립시켰다.
   그러나 공자의 입장은 주관과 객관을 분리하여 이원론적으로 대립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공자는 주관적으로 사유함과 경험적으로 학습함을 상호 관련성에서 파악하고 있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논어·위정』)고 하여 완벽한 인간의 본질을 인식하기 위한 방법으로 내적인 자각과 반성인 사유와, 외물을 대상으로 한 경험적인 지知의 추구인 학습을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서 말하였으며, "인간의 본성은 서로 가깝지만 습관에 의해서 서로 멀어진다"(『논어·양화』)고 하여 내적인 합리성과 외적 경험성을 원만하게 아울러 설명하였으니, 그의 인식론 체계가 어느 한편으로 기울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송대宋代와 명대明代의 성리학性理學파와 양명학陽明學파는 정이程頤의 '성즉리性卽理'와 왕수인王守仁의 '심즉리心卽理'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학理學을 중심으로한 학설로서 관념론적인 입장에서 인식의 합리성을 추구하였다. 특히 송대 성리학파의 격물치지설은 사물의 이치와 주관적 인간의 지식을 분리하지 않고 그 관련성에서 논하였다.
   세계의 존재원리라든가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 일차적으로는 인식 주체의 감각기관을 기반으로 출발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여지는 외부 사물의 겉모습만을 가지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 사물에 대한 표면적인 인식으로 알 수 있는 인식범위 이외의 세계를 알기 위해서는 사물에 내재한 이치를 궁구하고 그것을 미루어 자신의 본성을 완전히 인식해야 한다. 인식 주체의 본성을 밝히려면 우선 인식 대상인 사물에 나아가 그 관계 속에서 밝혀내야 한다. 인간에게는 선천적인 성性이 있고, 사물에는 본래부터 이치가 내재하니, 인식 주체와 인식 대상이 분리되지 않고 본질적인 면에서 합일될 때 참된 진리의 세계에 대한 인식이 성립된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지식을 갖게 되는 것은 먼저 감각 기관으로 외부 사물을 받아들이고, 다시 그것을 인식 주체와 합일시킴으로써 이루어지게 되는 것인데, 이것은 감각적인 경험 통한 인식의 성립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이 외부 사물에 대해 감응하여 받아들이는 것이 있는 것은 사유작용의 결과이며, 주체사유와 객체 사물이 서로 결합한 산물이다.
   사실 객관적 실재에 대한 인식은 복잡하고 다면적이며 지리한 과정이다. 이것은 개별적 인식 과정이나 인간 인식의 총체를 막론하고 인식은 현상에서 본질로, 사실들의 수집, 비교, 분류에서 그 사실들의 바탕에 놓여 있는 일반적이고 필연적인 내적 연관으로, 즉 그 법칙의 확정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인식은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상승하고 다시 이것보다 높은 형태의 구체적인 것으로 상승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입장에서 유학에서는 지식을 형성하는데 있어 외부 사물과의 교감에 의해 인식이 형성되는 과정을 일차적이고 구체적인 단계라고 생각하였으며, '안과 밖의 합일'이라는 내면적인 사유작용을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그리고 보다 높은 구체적인 것으로 상승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외부 사물의 이치와 인간 본질에 대한 내외합일적 인식은 매우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인식 과정이기 때문에 객관화시켜 관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직접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근거를 담보해 낸다는 것 역시 지극히 어려운 작업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객관적이면서도 확실한 근거를 가지는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착상한 것이 바로 외부세계인 것이다. 즉 외부 사물에는 모두 이가 있기 때문에 외물의 내재적 이를 파악하고 그것을 확충하여 자신의 본질을 확인하려는 간접적 인식 방법이 전개되었는데, 그것이 송대 성리학의 우주론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송대 성리학에서는 우주론을 전개하면서 외부세계의 사물을 관찰하여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인식론 체계에 와서 사물의 본질을 미루어 자기의 본성을 인식하는 방법으로써 가장 먼저 격물치지의 방법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격물치지란 결국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객관 사물에 나아가 그 사물에 내재하고 있는 이치를 파악하는 것이므로, 일차적으로는 감각 기관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식을 형성하는데 있어 감각 기관이 일차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또 만물을 구별하여 인식하는 구별능력이며, 본질적인 영역 및 도덕적인 영역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일정한 단계에 이르게 되면 한계를 지니게 되어 사물의 이치를 완전히 인식할 수 없다. 따라서 유학에서는 이와 같은 인식 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경험적 인식의 한계를 초월하여 세계에 대한 참다운 앎을 이룰 것을 주장한다. 그러므로 성리학에서는 완전한 인식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물에 내재되어 있는 이치를 파악해야 된다고 하여 {주역}의 "이치를 궁구하고窮理 성을 다 알아盡性 명에 이른다"는 견해를 매우 중시함으로써 감각적인 경험과 내면적인 덕성의 확충이 결합된 인식체계를 강조한다. 이 때의 궁리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사물을 두고 한 말이고, 진성이란 주관적 자아의 본성을 두고 말한 것이다. 따라서 궁리와 진성을 통해 명에 이른다고 한 것은 인식 주체와 인식 대상을 조화하여 합일하는 경지를 말한 것이다. 즉 인간이 '궁리진성'을 완전하게 하게 되면, 천지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천명을 실천하는 경지가 되는 것이며, 천인합일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학에서는 도덕과 의리의 확충을 통해 본성을 회복하는 내적 공부와 함께 천덕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본성에 대한 인식으로 나아가는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는데, 그 첫 번째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격물치지였던 것이다.

진리탐구의 두 가지 입장

   격물치지에 대해서는 많은 학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이학理學의 대표인 주희의 학설과 심학心學의 대표인 양명의 학설로 크게 분류된다. 이들의 학설을 간략히 살펴보자.
   주희는 인식의 주체인 본성과 사물의 이치가 하나라는 일원론적 입장에 기초하고 있다. 주희는『대학장구』에서 "격格은 이른다至는 뜻이고, 물은 사事와 같으며, 격물은 사물의 이치에 끝까지 이르러 그 극처에 도달할 것을 바라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또한 그는 격물格物은 사물에 이르러 그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것이고, 치지致知는 이미 인식 주체인 내가 가지고 있던 앎을 더욱 끝까지 미루어 궁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주희에 의하면 사물의 이치를 하나하나 철저하게 파악하여 그 극처에 도달하게 되면 인식주체의 앎이 천하 사물의 이치에 관통하게 되고 그 작용에 의하여 지극한 선善을 이해하고 성의誠意와 정심正心을 이룰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주희의 격물치지론에 대해 명대의 왕수인은 치지를 '양지(良知-생각하지 않아도 아는 것'를 이루는 것, 즉 양지를 최대로 발휘하는 것이며, '격'은 정正, 즉 바르게 하는 것이며, 물은 '마음의 일'이라고 해석하였다. 따라서 왕수인에 의하면 격물이란 인간의 천부적인 양지를 마음이나 의식을 작용에서 발휘하여 악을 버리고 선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격물 이외에 별도로 치지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이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다.
   주희와 왕수인의 견해차이는 격格을 이해하는 입장에 따라 달라진 것이다. 즉 주희는 격格을 지至로 이해하였으나 왕수인은 정正으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결국 격물치지를 이해함에 있어 주희는 사물의 객관적인 측면을 인식의 일차적인 조건이라는 측면에서 중시한 데 반해, 왕수인은 주관적 심心의 측면에 치중한 데서 기인한다.
   주희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관찰을 통해 거기에 내재하고 있는 존재원리를 찾고 그 속에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인식을 통해 천인합일의 경지를 이루는 내외합일적 인식의 방법을 제시하였다면, 왕수인의 견해는 그의 심즉리心卽理설 즉 본체론상 심心과 이理를 동일한 것으로 보고 사물에는 이미 인식 주체의 뜻이 실려 있으므로, 심을 벗어나서 객관대상물을 인식할 수 없다는 이론에서 생겨난 것이다. 왕수인이 주희의 학설에 반대한 까닭은 주희의 격물치지설은 곧바로 인식 주체인 나의 마음에서 이치를 구하지 않고 우선 외부 사물에 나아가 거기에 내재하고 있는 이치를 궁구할 것을 강조하므로 자칫 주체를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앎의 성취와 진리의 인식

   인식이론에서 진리라는 것은 우리의 주관적 사유가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주객이 합일한다든가 대응한다든가 하는 데에는 합일 가능한 그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사유를 합일하게 하는 근거를 유학에서는 '성誠이라고 한다. 그런데『중용』에 의하면 인간은 완전한 성 자체일 수는 없다. 성 자체는 하늘의 도이고 인간은 온전하게 성하려고 노력하는 존재이다.(『중용』20장) 또한『중용』에서는 "성誠으로부터 말미암아 밝아짐을 성性이라 이르고, 명明으로부터 말미암아 성誠해짐을 교敎라 이르니, 성실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성실해진다."(『중용』21장)고 하였는데, 명으로부터 말미암아 성실해진다는 말은 곧 이치를 궁구하여 밝게 안 다음 성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은 누구나 이치를 궁구함을 통해 자신의 본성에 대한 인식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자신의 본성에 대한 인식을 통해 천명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물에 내재해 있는 이치를 감각기관을 통해 학문적으로 많이 파악해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사물의 이치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그 최선의 방법은 결국 성실함을 다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중용』에서는 '성誠으로부터 말미암아 밝아지는' 공부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성性을 다 알아 천명天命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성誠 그 자체는 천도이므로 성실함을 실현하는 것은 이미 성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그리고 성인이란 자신의 성性을 완전히 파악하고 회복하여 성性대로 행하는 자이므로 이러한 성인의 앎이란 정성스러움을 말미암아 저절로 모든 것을 아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성인의 앎이란 감각기관에 의해 아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덕성을 통해서 아는 것이며, 마음의 능력이 최대한 확충되어졌을 때 갖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격물치지의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 유학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이치를 궁구하는 과정을 거쳐 우주 만물에 내재한 이치를 파악하고, 그것을 미루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올바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만물에는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이치와 똑같은 이치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중용』에서는 "천명天命을 성性이라 이른다"(『중용』1장)고 하여 천명과 성을 동일시함으로써 천명에 대한 이해가 곧 인간 존재의 본질을 올바로 인식하는 관건이 된다고 보고 이것을 {주역}의 "이치를 궁구하고 性을 다 알아 命에 이른다"는 방법과 결합시킨 것이다. 따라서 사람은 누구나 이치를 궁구함을 통해서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것을 미루어 자신의 본성을 완전히 체득할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천명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에서와 같이 유학에서는 세계의 본질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며, 이러한 세계의 본질에 대한 인식은 감각기관을 통한 인식보다 높은 차원의 것이라고 단정하고 이러한 차원 높은 인식에 대한 이론을 격물치지론이라고 불렀다. 또한 유학에서는 인식론을 우주론 및 인성론과 같은 맥락에서 전개한다. 그리하여 우주론과 인성론을 통해 우주 만물과 사람을 분리시키지 않고, 사람 역시 하나의 사물이라고 봄으로써 자연과 사람을 동일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주 만물 및 인간의 내면적인 본질을 이루고 있는 이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즉 유학의 인식 이론에서 보면 사람은 누구나 격물의 과정을 통해 사물의 이치를 파악하게 되면 바로 치지할 수 있으며, 사람의 본성과 우주 만물의 본질을 다 알아 천인합일하는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유학에서는 우주론과 천인합일의 인성론의 입장에서 그 인식론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 이 글은 『유교 인간학』(성균관대학교출판부, 유학주임교수실 편저)에 실린 원고의 일부임을 밝힘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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