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 語
一. 學而篇
5
子ㅣ曰 道1)千乘2)之國하되 敬事而信하며 節用而愛人3)하며 使4)民5)以時니라 |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千乘의 나라를 다스리되 일을 경건하게 처리하고 미덥게 하며, 씀씀 이를 절약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백성을 부리기를 알맞은 때로써 해야한다." |
1) 道:導와
통용되어 '인도하다' '다스리다' 등의 뜻이 된다. |
千乘의 나라란 제후국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제후국을 다시리는 요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6
子ㅣ曰 弟子1)入則孝하고 出則弟2)하며 謹而信하며 汎愛衆하되 而親仁이니 行有餘力이어든 則以3)學文이니라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제자는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경하며 삼가하고 미덥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사람과 친해야 한다. 행하고서 남은 힘이 있으면 글을 배운다." |
1) 弟子 : 여기에서는 공자 자신의 제자들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단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이른다. ●목적어가 이미 앞에서
제시된 경우. ●以의
목적어가 'something', 'somewhat', 'someone', 'everything', 'evetyone'
등에 해당하는 경우. 여기에서는 "餘力"이 以의 목적어 임. |
오늘날의 교육내용과 과거의 교육내용을 현저하게 비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오늘날의 교육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히 체계화된
지식을 습득하는데 지나지 않는다면, 이 문장에서 공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교육 내용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체계화된 지식을 습득하여 단편적인
정보를 뇌에 저장하기 보다는 그 전에 우선 인간다운 인간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공자사상의 핵심을 한 마디로하면 "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공자는 평생도안 "인" 하나만을 주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에서도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인을 현대적인
언어로 풀이해본다면 그것은 "사람다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다움"을 실현하고, 실천하는 것이 공자사상의
핵심이며,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사람다움을 실현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克己復禮"이다. 극기복례란 자기의
사사로운 욕심을 극복하고 예를 회복한다는 뜻인데, 여기에서 자기(己)란
생물학적인 자아를 의미하는 것이며, 禮란 天理에 의해 규정된 인간
행동의 고유한 질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극기복란 궁극적으로 인간의
합리적 행동질서와 자연적이고 무절제한 욕망을 대립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욕망의 절제를 통해 합리적 행동질서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의해 인간은 생물학적 자아의 욕구를 통제하고 도덕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따라서 공자는 禮의 가르침을 중심으로한 인간교육을 실시할
것을 주장했는데, 여기에서 가장 절실하고 기본적으로 요구되어지는
것이 孝이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면서 특히 예가 필요한 것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예를 달리 표현하면 사회를 지탱하는데 필요한
사회적으로 공인된 규범이라고 할 수 있으니, "예를 회복한다"든가
혹은 예에 맞게 행동한다는 것은 곧 나의 행위를 사회적으로 공인된
규범에 맞추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이유가 바로
인간은 고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사회를 이루고 살기 때문이다. 다른 인간과 조화를 이루고 질서있는
사회를 구축하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어지는 것이 예인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일차적이고 근본적으로 사회관계를 맺는
것은 부모와의 관계이고, 그 다음이 형제와의 관계이다. 사람이 일상생활을
하는데있어 필요한 행위의 덕목 가운데 부모에게 행해야할 행위 덕목이
孝이고, 형에게 필요한 행위 덕목은 弟이다. 따라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람다움"을 실현하고 실천하기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행해야하는
것은 "효"와 "제(弟-공손함)"이다. 공자 역시『논어』에서
"孝와 弟가 仁을 행하는 근본이다"고 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사람의 사회적 관계는 부모형제로부터 점차 확산되어 가는데, 인간이
부모형제 및 일가친적을 제외한 아니 이들을 제외하지 않더라도,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인간다운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면적으로는
신중하고 다른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 만일 나의
행동이 어떤 일에서나 신중하지 못하고 경거망동하면 절대 남에게 신뢰받지
못한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람다움"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누구나가 태어나면서부터 갖추고있는 다섯가지 덕목(五倫-親,
義, 別, 序, 信)을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배움의 단계에 있는 어린이의
입장에서는 아직 군신과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부부관계역시 아직 형성되기 이 전이기 때문에 義와 別은 지킬 수 없는
것이겠지만, 부모에게 효도하고, 집 밖에서 공손하며, 자신의 행동거지를
항상 삼가서 누구에게나 신임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이미 실천할
수 있는 인간의 도리는 다 실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같이
인간이 실천할 수 있는 도리를 다 실천하고, 실현할 수 있는 덕목을
다 실현한 사람을 공자는 "사람다운 사람", "인간다운
인간"이라고 한 것이다. 공자의 학문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이와같이 "사람다움", "인간다움"을
실현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단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일은
그 다음의 일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우선 "글을 배우기전에 사람다운
사람이 되라"고 한 것이다. |
7
子夏1)ㅣ曰 賢賢2)하되 易色3)하며 事父母하되 能竭其力하며 事君하되 能致其身하며 與朋友交하되 言而有信이면 雖曰未學이라도 吾必謂之4)學矣라하리라 |
자하가 말하였다. “어진이를 어질게 여기되 色을 좋아하는 마음과 바꿔하며, 부모를 섬기되 능히 그 힘을 다하며, 임금을 섬기되 능히 그 몸을 바치며, 친구와 더불어 사귀되 말함에 성실함이 있으면 비록 배우지 않았다고 말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배웠다고 이르겠다." |
1) 子夏(자하,
BC 507∼BC 420?):姓은 복(卜), 이름은 상(商), 子夏는 그의 字. 위(魏)나라
산서성(山西省)출생. 출생에 이 설도
있다. 공자보다 44세 아래이며, 공자의 제자로 공문 십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이다. 공자가 죽은 뒤에 위나라 문 후(文侯)에게
초빙되어 스승이 되었으나 공자의 죽음을 슬퍼하여 실명(失明)하였다고
한다. 그의 학문은 특히 詩와 禮 에
통하였으며, 공자의『춘추(春秋)』를 전하여『공양전(公羊傳)』과『곡량전(穀梁傳)』의
원류(源流)를 이루었다. 주 관적 내면성을
존중하는 증자(曾子) 등과 달리 예(禮)의 객관적 형식을 존중하는 것이
특색이다. |
공자의 학문은 모두 인륜을 밝힌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네 가지 것도 결국은 인륜을 밝히는 공부라 할 수 있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성인의 삶에서 나타나는 모든 행동양식을 표현한 것은 예(禮)이고,
賢者는 성인의 예를 따르고 실천하는 자이므로, "어진이를 어질게
여긴다"는 것은 곧 禮를 따르고 실천한다는 의미가 되고, 부모를
섬기는 일은 仁을 실현하는 것이며, 몸바쳐 인군을 섬기는 일은 義,
친구간의 신의는 信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는 모두 人倫의 근간으로,
공자의 학문에 있어 배우의 道는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행함에 반드시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니,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한다면 진정한 학문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子夏는 공자의 문하
주에서 특히 文學으로 이름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능히 위에서
말한 내용과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만일 타고난 資質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학문에 힘쓰기를 지극히 해서일 것이니, 비록
혹 일찍이 학문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이미 배웠다고
이르겠다"고 했으니, 이 말에서도 공자가 말하는 학문의 궁극적인
목표가 어디에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
8
子ㅣ曰 君子1)不重2)則不威3)며 學則不固4)니라 主忠信하며 無友不如5)己者며 過則勿憚改니라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신중하지 아니하면 위엄이 없으며 배우면 고루하지 않게 된다. 忠과 信을 주로 하며 자기만 못한 자를 벗삼지 말며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 |
1) 君子:『논어』에서
君子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여지나, 여기서는 '학문하는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 |
이 문장은 어린 제자들이 학문을 대할 때의 태도를 설명하고
있다. 학문할 때의 태도는 6장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제일 먼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공자에게 있어서 학문이란 기본적으로 가장 먼저
성현의 禮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또한 예를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성현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배우는 것이므로 이는 성현들의 인품과 생활태도를
배우고 익히는 일이다. 성현의 일거수 일투족을 배우고 따라 그것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어 억지로 예를 행하려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예가 풍겨나오도록하면, 곧 나의 일거수 일투족은 언제나 위엄있고 남의
귀감이 되어 존경받을 수 있다. 그런데 예를 배움에 있어 신중하지 못하고
경거망동한다든가, 대충대충 건성건성하면 학문이 진전되지 못하고,
경건한 마음과 성실한 자세가 결여되어 예를 익히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무엇을 배우든 모든 것이 수박 것핥기식이 되어 아무리 열심히
배웠다 하더라도 완전히 내 것이 되지 못한다. 예를 행한다 하더라도
형식적인 것을 흉내내는데 불과할 것이며, 조금만 지나면 그것 마저도
잃어버리게 되어 흉내조차 못내게 되고 만다. 따라서 어린 제자들이
학문을 하는데 가장 먼저 취해야할 태도는 무엇보다 신중한 자세라는
것이다. |